늦개 나가면 아저씨가 아래에서 기다릴 것 같은 마음에--;; TV를 끄자마자 호텔을 나왔다. 우선은 배가 고파서 썩 내키진 않았지만 골목 구석에 있었던 식당에 들어가서밥을 먹었다. 흠.. 이게 무슨 요리지?무슨 버섯 볶음밥이었는데, 중국식의 달짝지근한 소스와 버섯 특유의 향,그리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있는 야채들...골목 구석의 허름한 백반집이었는데 이렇게 맛있을 수가...! 알고 보니 원래 광조우가 음식으로 유명한 곳 이라고 하던데;; 안타깝게도 광조우에서 먹은 음식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의 이상한 성격에 왠지 불안했기 때문에...
아침을 그렇게 자알먹고 무조건 기차역을 찾아갔다.처음엔 'xxx역' 이러고 씌여진 버스를 타고 무작정 갔더니 고속버스 역이었다.-_- 안타깝게 택시를 타고 다시 원위치로 와서 그냥 제일 만만한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티켓이...
정말 특이하게 생겼네, 무슨 오락실 전용 코인같은 검은색 플라스틱 동전. 촌티내면서 계속 만지작 만지작하면서 정작 지하철입구에선 어떻게 사용하는것인지 몰라서 한참 헤멨다. 친절한 지나가는 아저씨1의 도움으로 탈 때는 그냥 우리나라 교통카드처럼 '띡!'하고 대면 됀다는 사실을 깨닫고 드디어 지하철을 타고 기차역 도착! 흠... 기차표를 사긴 했는데 앞으로 4시간이나 남았다. 나는 그냥 기다리는게 재미없어서 짐을 역에 맏겨버리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각 역마다 중간중간에 무슨 박물관,관광명소등등을 소개시켜주는 안내방송이 기억났기 때문에...
우선 만만하게 들린 ㅇㅇ박물관이 있다는 역에서 내렸다. 그런데 찾기가 좀 애매한것이 이상한곳으로 나와버린것 같았다. 흠... 적어도 1시간 전에는 역에 도착해야 하니까 지하철 왔다갔다 하는 시간까지 계산해 넣으면 지금 남은시간은 약 2시간. 뭔가를 찾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그냥 아무곳이나 가까운곳에 빨리 들어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출구 바로 앞에 있었던 공원. 바로 들어갔다.
진짜 잘 해 놓았네.. 역시 땅이큰게 복이라니까.
우선 옆쪽에 있었던 큰 연못을 가득 채운 연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연잎이 살랑살랑 거리는게, 바람 불 때 시골밭에서 보리이삭들이 살랑거리는것보다 아름다웠다.ㅎ
계속 볼라고 했는데 마침 땀 범벅이 된 내 몸 위에서 계속 땀을 햝아대는 파리들의 방해로 어쩔 수 없이 계속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큰 공원. 역시 남방쪽이라 그런지 많았던 커다란 나무들.
걷고, 걷고, 걷고...
그렇게 걷다가 우연히 본 표지판에서 '북한과의 피로맺은 동맹관계'..비슷한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 뭐지? 또 우연한 기회에 들른 이곳에서 좋은 장소를 발견한것 같은 기분이었다.
표지판을 따라서 따라서...걷다보니 하나둘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상해에서 두고 온 우산이 그리웠다. 우선 급한대로 주변에 있던 벤치쪽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몇몇의 노인분들이 앉아서 비를 피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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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조우 커뮤니스트 대항 메모리얼 공원에서...
노인과 아기들은 어디를 가나 다 똑같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박물관 찾다가 없어서...보다는 시간도 없고 그냥 귀찮은 김에, 바로 앞에 뭔가 있길래 와 봤다.
광조우는 역시 남쪽이구나. 앉아서 일기를 쓰는데 쏟아지던 비가 갑자기 멈추고, 그래서 나갈 준비 하니까 또 쏟아지고, 나중엔 번개도 치고...
지금 내 옆에는 두분의 할아버지께서 앉아 계신다. 젊은이가, 종이에 뭔가 이상한 문자를 적어대니 궁금하신지 힐끔힐끔 보시다가도 내가 쳐다보면 고개를 돌리시고, 자기들끼리 말하다가도 내가 쳐다보면 조용... 이런 말 하면 안돼는거 알지만 나는 노인들이 아이들같이 너무 귀엽게 느껴진다.
내렸다 멈췄다 하는 빗줄기에 장단을 맞췄다간 영 늦을 것 간아서 비가 약할 때 막 뛰어서 주변의 정자(?) 비슷한곳까지 왔다. 이곳에서 비 피하는 사람들은 날 포함해서 6명. 그 중에서도 손주와 같이 오신것 같은 한 할아버지가 눈에 띈다.
"드르르릉! 꽝!!! 꽝!!!!"(천둥 치는 소리임-_-;;)
(귀를 막으면서) " 할아버지, 나 무서워요~"
"우리 아가, 천둥 치는거는 무서운 게 아니란다. 보이지? 방금 번쩍 한거? 빛이 셀 수록 더 큰 소리가 나. 아! 방금 번쩍 하고 아주 밝았으니까 큰 소리가 날꺼다."
미소가 주름으로 베인 입가, 그리고 손주를 바라보시는 따뜻한 눈빛.
정말 그립고 아름다웠다. 나도 어렸을 때 천둥 치는 소리가 무서워서 밤에 아빠한테 간 적이 있었는데, 아빠도 그 때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시면서,그리고 번개 치고 그 다음 천둥칠 때까지 몇초인지 재기 놀이 같은거 해 주시면서 내 무서움을 달래 주시곤 했는데....
... 다시는 가질 수 없기에 소중한 추억, 외국의 우연히 들른 한 공원에서 다시 보게 된 느낌에 그곳에 그렇게 두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그렇게 있었다.
이제 진짜 늦었다. 비도 비지만 우선 나는 기차 시간에 절대로 늦으면 안된다! 나는 그 정자에서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작별을 하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온몸이 비에 흠뻑 젖어서 지하철을 타니 주변의 사람들 시선보다 우선 내가 추워서 못 견디겠다.
으~ 이제 빨래도 못 하는데.. 제발 계림에선 세탁을 할 수 있길 바라면서...
# 입장 표!

#북한 혈맹기념비 (이름은 정확한거 아님-_-;;)
북한과 중국간의 돈독한 우정(?)을 상징하는,, 이상했던 점은, 이 기념비가 공산주의 대항 기념 공원에 있었다는 거다.  글자를 잘못봤나? 아니면 역사속에 내가 몰랐던 사실이..?아무튼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 이 공원에서 처음 본 광경인 연꽃이 만발한 연못.잔디 위에 있는거 말고 뒤에 보이는 하얗고분홍인것들이 연꽃인데 정말 연못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홍콩에서 연꽃축제 준비하는거 보고 왔는데 거기도 지금쯤이면 저렇게 만발했을라나.??

#손자와 할아버지.
오른쪽에 하얀 옷 입으시 할아버지와 손자.
늙으면 손주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만큼 예쁘다는데,, ㅎㅎ 나도 한때 저런 시절이 있었지이~

#정말 특이했던 광조우의 지하철
무엇보다도 티켓이 오락실에서 쓰는 코인같아서 처음에는 그냥 카드처럼 찍고, 나갈때는 투입구에 넣는다.표를 살때도 무인 자판기에서만 가능~ 지하철 안은 우리나라랑 많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