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내 딸을 100원에 팝니다’라는 자극적 제목의 글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

이 글은 2003년 남한에 온 탈북자 김운주(가명)씨가 지난해 7월 자유북한방송에 기고한 것이다. 북한 주민과 탈북자를 주 청취자로 하는 라디오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이 글을 지난해 7월17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최근 이 글은 누군가에 의해 잔잔한 음악이 곁들여진 동영상 파일로 제작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로 확산됐다.

‘내 딸을 100원에 팝니다’ 줄거리

이야기는 한 북한 군인을 화자로 전개된다. 이 군인은 시장통에서 한 모녀를 목격한다. 어머니는 ‘내 딸을 100원에 팝니다’라고 쓴 종이를 목에 걸고 있다.

여섯살 정도밖에 안돼 보이는 딸을 100원에 팔겠다는 여자 주변에는 이미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 있다. “저 여자 완전히 미쳤구만” “개도 3000원인데 딸이 개 값도 안 되냐” 등 사방에서 욕설이 쏟아졌다. 군인은 먹을 게 없어 자식을 버리는 경우는 봤어도 딸을 팔려고 내놓는 건 처음이어서 충격을 받았다. 그것도 고작 100원에.

이 때 “우리 엄마,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어요”라고 딸이 외쳤다. 알고보니 암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던 어머니가 딸을 돌봐줄 사람을 찾기 위해 ‘100원에 판다’는 글을 들고 장터로 나온 것이었다.

곧 사회안전원들이 들이닥쳤다. “여기가 사람을 노예처럼 사고 파는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인줄 알아? 너 같은 여자는 정치범 수용소로 가야 해”라며 어머니를 연행하려 할 때 군인은 100원을 어머니에게 내밀며 “당신의 딸보다 그 모성애를 사겠다”면서 딸을 데려가려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군인의 손을 한번 부여잡더니 부리나케 어디론가 달아났다. 구경꾼들은 군인의 마음이 바뀌어 딸을 데려가지 않겠다고 할까봐 어머니가 줄행랑을 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내 펑펑 울면서 다시 나타났다. 100원짜리 허연 밀가루 빵을 손에 쥔 채로. 그는 딸에게 빵을 먹이며 통곡했다.

자유북한방송 “100% 사실”

자유북한방송은 김운주씨가 북한을 탈출하기 전 평양의 한 시장에서 직접 본 광경을 허구없이 쓴 글이라고 주장했다. 자유북한방송 김기혁 부국장은 2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글 내용은 100% 사실”이라며 “김씨에게 북한의 비참한 실상을 가감없이 써달라고 부탁해 기고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국장은 이어 “북한에서 이 같은 상황은 일반적인 광경”이라며 “북한 시장에 나가보면 집에서 굶고 있는 부모를 살리기 위해 몸을 파는 어린 아이도 많고, 겨울이면 헐벗은 어린 동생을 안고 함께 얼어죽은 누나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했다.

자유북한방송은 ‘너무 일반적인 풍경’이란 이유로 이 글을 방송하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은 이 얘기를 들어봤자 별 감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김 부국장은 “북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평범한 소재여서 라디오로는 방송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며 “남한 사람을 위해 인터넷 기사용 소재로만 썼다”고 말했다.

“지어낸 얘기 아닐까?” … “사실이 아니었으면…”

그러나 이 글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가자 “혹시 지어낸 이야기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네티즌도 있다. 실화라고 하기엔 너무 극적인 줄거리인데다 단편 소설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완벽한 구성과 반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Ro***’라는 네티즌은 “내용이 극적이라 정말 실화일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너무 비참한 얘기여서) 사실이 아니라면 더 좋겠다”고 했다. 쿠키뉴스는 이 글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자유북한방송을 통해 탈북자 김씨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자유북한방송측은 “김씨가 북한 노동당 중요직에 있던 탈북자여서 신분을 노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성 기자 me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