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探究] < 34 > '독창적 짝퉁' 만들어내는 현대판 '수호지의 영웅들'

[프레시안 한인희 대진대 중국학과 교수]
지금 중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산자이(山寨)'다. 작년 12월 3일 중국 국영 CCTV가 2분간에 걸쳐 '산자이 문화'를 소개하면서 그 이름이 공식화되었으며 중국인들은 2008년을 '산자이의 해'라고까지 부를 정도로 핫이슈가 되었다.

그렇다면 '산자이 문화'란 무엇인가? 산자이 문화의 출발은 중국 남부 광뚱(廣東) 지방의 '해적판 핸드폰' 제조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행위를 마치 < 수호지 > 에 등장하는 산적패들이 정부군의 공격을 피해 산촌에 세워놓은 '산채(山寨)'에 비유하면서 이들 '산채'가 마치 독립적이고 폐쇄적이며 세상과 격리되어 있음을 상징하듯 '산자이'도 이른바 '주류'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풀뿌리' 문화와 같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 선이 4개인 '아디도스'


중국에서 이른바 '산자이 문화'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산자이 현상'은 존재해왔다. 즉 해적판, 짝퉁, 표절 등의 행위가 광범하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러한 '산자이 현상'은 모방, 희화, 풍자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산자이 아디다스'는 선이 3개가 아니라 4개가 되듯이, '산자이 콜라', '산자이 mp3' 등 종류와 내용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산자이 문화'의 개념은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하나의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포스트모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산자이 현상'이 '문화현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중국인들의 모호한 문화 융합 현상이 나타난다.

2003년을 기점으로 당시 중국 남부의 광저우(廣州), 선쩐(深圳) 등지의 작은 공방들이 전자제품의 복제품 생산을 시작하였는데 초기에는 외국 유명메이커 핸드폰의 외관 복제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러한 복제품들은 IT기술의 발전에 비례하여 원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첨가하면서 '복제'와는 구별된 '복제+창조'의 새로운 형태의 전자제품들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러한 '산자이 현상'이 확산되자 이른바 '정품(주류문화)'에 대한 '산자이(풀뿌리문화)'의 '창신' 능력을 강조하면서 '산자이현상'이 '산자이문화'로 새롭게 진화하기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마침내 2008년 말부터 '산자이 문화', '산자이 기계', '산자이 공장', '산자이 유명스타'처럼 '산자이'가 홍수를 이루면서 고조에 달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컴퓨터 바이러스의 복제능력처럼 '주류문화'에 대한 변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어지럽게 핀 꽃이 점차로 사람들의 눈을 미혹시키는(亂花漸欲迷人眼)'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으로 발전하였다. 한 예로 2007년 '산자이 핸드폰' 판매 댓수는 1억 5천만대로 전체 중국 핸드폰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한 예이다.

산자이 현상은 시장경제에서는 필연적이다. '산자이'의 진화는 초기의 '현상'에서 '산업'으로 변하였고, '산업'이 다시 '문화'로 진화되는 중국만의 현상으로 정착되었다.



▲ 중국에서 유통되는 '짝퉁' 휴대전화들


그렇다면 '산자이 문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복제품'이나 '해적판' 등을 통해 주류문화를 풍자하는 대중의 새로운 문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자들은 '산자이 문화'의 본질을 '모방성, 신속성, 대중화'로 규정한다. 이들은 철저하게 전통산업을 파괴하고 '산자이 문화'를 기초로 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산자이 문화'는 일종의 '하위문화'이자 '부차적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문화 다양성'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반문화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주류문화'를 보완하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주류'에 대한 '풍자'가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문화로 발전했다고 해석을 내 놓기도 한다. 소자본 계층에 의해 생산되며 빈곤층에 의해 소비되는 새로운 문화가 바로 '산자이 문화'다.

사실 '산자이 현상'이 '산자이 문화'로 전환되는 결정적인 계기는 방송매체가 제공하였다. 중국 중앙방송이 작년 '춘지에(春節)'때 방영한 '춘지에 완후이(春節晩會)'을 모방한 '산자이 춘완(山寨春晩)'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부터 '산자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작년 한 해 중국의 인터넷을 달구었던 '산자이 춘완'에 대한 관심 고조는 '주류' 프로그램의 '매년 그렇고 그런 프로그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식상 때문이었다. 베이징 근교 스징산(石景山)에 '산자이 디즈니랜드'가 버젓이 정식 영업을 하고 있으며 '산자이 류더화(山寨劉德華)', '산자이주제룬(山寨周杰倫)' '산자이 학교' 등등 계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산자이 현상'은 산업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 금년 3월 정치협상회의 11기 2차 회의에서 정협 위원인 전 중국 중앙방송 아나운서이자 배우인 니핑(倪平)은 중국 정부가 법률과 행정 규제를 통해 '산자이 현상'을 강력한 단속할 것을 촉구하였다. 청소년과 국가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묵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산자이 현상'을 다양한 문화의 한 형태로 중국의 특수한 표현 형식이라고 주장하는 일단의 인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출판을 총괄하고 있는 류빈(劉斌) 중국신문출판총서서장은 '산자이 문화'가 대중들의 창조력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현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산자이 현상'을 '짝퉁', 혹은 '해적판'의 의미를 넘어 '주류문화'와 '풀뿌리문화'의 대결형태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산자이 문화'가 이처럼 범람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취약한 법률의식의 전통과 관계가 있다. 중국인들의 속담에 '빨간불이라도 손잡고 건너면 무섭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불법이라도 대중이 함께 하면 괜찮다는 논리다. 더욱이 중국인들은 역사적으로 후진국이 선진국의 문화를 '베끼는' 일이 '병가의 상사'라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베꼈고, 영국은 네덜란드를 베꼈으며, 미국이 영국을 베꼈고, 일본은 미국을 베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선진국도 모두 이러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중국의 '베끼기'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논리다.

둘째, '포용성'과 '다양성'을 용인하는 문화 전통과 관련이 있다. 중국 문화에는 저변에 '포용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흐름이 있다.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문화전통과 13억 인구와 56개 민족, 968만 평방킬로미터라는 방대한 지역, 중국인들에게 '단일성'은 오히려 어색하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산자이현상'에 대해 대체로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산자이 문화'를 "민간 문화의 하나이며 다만 과거와 다른 특징은 새로운 전파수단과 새로운 매체의 형식을 빌어 전파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셋째, 개혁 개방정책 실시이후 지역과 계층 간의 빈부차이에 대한 '위안'과 무관하지 않다. 산자이제품은 소득이 낮아 중저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광범한 대중들의 소비패턴과 연관돼 있다. 예를 들면 5,000위엔이 넘는 정품을 산자이 제품일 경우 500위엔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저소득층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개혁개방의 수혜자인 '주류' 사회에 대한 '풀뿌리'들의 대체 만족감은 정치안정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08년부터 시작된 '산자이 문화'는 새로운 문화 조류로 민중들의 보편적인 심리상태 즉 반 주류, 반 이데올로기, 반 엘리트주의라는 풀뿌리 의식과도 관계가 깊다. 말하자면 일반 백성들은 자신들대로 입장과 관점 및 생활방식이 있기 때문에 정부나 권위 같은 것은 필요 없으며 자신이 믿는 바대로 행동한다는 의식이다. 이 역시 개혁개방 30년이 가져온 필연적인 사상 해방 결과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산자이 문화'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산자이 문화'는 실제로 '외국 제품' 보다는 오히려 중국 국내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따라서 '산자이 문화'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칙'과 '한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산자이 문화'는 '주류문화'가 아닌 하위문화이자 부차적 문화임을 반드시 인식해야만 한다. '산자이 문화'는 표면적으로 사회현상이지만 그 형성과 발전에는 필연성과 합리성, 그리고 긍정적인 의미가 있어야 한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주류문화에 진입하지 못한 문예작품, 문예형식들이 민간의 문화유산으로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른바 '산채'로 물러나서 소위 '포위망을 뚫고서' 주류문화를 모방을 통해 이를 이용하고 전복시켜야만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 온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부차적 문화의 발양에서 분명한 것은 주류문화의 원형이 없이 발전과 붐이 조성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의 유명한 화가였던 치바이스(齊白石)의 말이 생각난다. "나를 배우는 자는 살아남지만 나를 베끼는 자는 죽는다(學我者生, 似我者死)"라는 경구를 중국인들은 잊지 말기 바란다.

한인희 대진대 중국학과 교수 ( inkyu@press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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