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쉬케쉬
우리가 도데체 뭘하면서 여기 이렇게 오래도록 있었나...

아무튼 유스케가 레인보우게더링에서 만난 친구가 여기 아슈람에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나름 호텔식 괜찮은 방에 끼니도 무료! 자유 시간에는 타브라나 시타르등을 배울 수도 있었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서 사전 예약이 필요했다
그래서 패스

하지만 아슈람 뒷길 갠지스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건너편의 다른 아슈람건물을 보았는데
한참을 보고 서있으면서 여기서 당분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여기서 타브라라는 인도 전통북을 배우는데 찾아가서 하루종일 음악을 듣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호주 아이의 추천으로 락슈만줄라에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숙소를 찾아헤메던 그날은 내 인도 여행중에서 가장 우울한 날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에 징징대고 그래서 유스케는 지치고 또 난 나를 돌봐주지 않는 느낌에 더 우울해지고. 아...
결국엔 다리를 건너려다 원숭이에게 물렸다. (사실 나와 원숭이와 우산 이 세가지 요소는 그다지 좋은 조합이 아니다. 예전 남산동물원에서 우산쓰고 원숭이 구경하다 원숭이랑 우산으로 싸운일도 그렇고.. 이날도 다리를 건널 때 너무 더워보여 우산이라도 쓸까 해서 가방을 열었는데 원숭이가 공격! )

우울할 때 원숭이에게 물리면, 또 그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게 된다.
당황항 유스케는 그냥 나를 내버려 두었고
주변 인도인들이 와서 무슨일이냐며 걱정해주었다. (남자의 관점에서 보면 참 나도 나쁜 여자친구지만 그 땐 정말 너무 미웠다. 주변 걱정해주면서 병원 가보라고 한 인도인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간 병원.
그동안 깎고 깎은 저렴한 숙소, 길거리 음식으로 아낀 돈들이 다 주사비로 나가버렸다.
근데 막상 병원에 가보니 나보다 심하게 물린 사람들도 있더라.
광견병예방주사
적어도 3번까진 맞아야 한단다.

그날 첫 주사를 맞고 숙소로 돌아오다.
하루에 70루피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주변에는 나무로 둘러싸인 산속의 작은 코태지.
이곳에 도착해서 우선은 이런곳에서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야하는게 맞는거겠지만
도착해서부터 3일정도는 펑펑 울었다
왜 울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그냥 펑펑 울었다.
특히 밤에 강건너 푸자의 불빛을 보면서 베란다에 앉아서 한없이 울었다.
벽에걸린 터번을 쓴 사진을 보고도 한없이 울었다.
그리고 또다시 왜인줄은 모른채로 다시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인도의 좋은점은 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을 해도 그대로 놔둔다는 점이다.
내가 펑펑 울고 있자 그 코태지의 주인이 처음엔 걱정하는 눈빛이었으나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기분이 나아지자 전에는 아무일도 없었던것 것처럼 그냥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사실 이렇게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져서 몇일동안 울어대는 버릇은 중국에 있을때부터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보이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혹은 과도하게 날 걱정할까봐
그냥 묵묵히 있다가 그들이 없을때 혼자서 울곤 했다.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아무튼 인도에서 펑펑 울어댄 이날 후 갑자기 우울해져 울어대는 날의 빈도수가 줄어들었다.


리쉬케쉬 시내에서 다리를 건너서 한시간 정도 가면 람줄라와 락슈만줄라. 처음엔 한시간정도 걸려서 걸어다녔는데 나중에는 쉐어10루피를 내고 릭샤를 탔다

이때 비로인해 강물이 아주많이 불어있었다. 델리에서 리쉬케쉬로 못간다는 뉴스도 있을정도로. 비로 불어난 강물은 아주 빠르고 무섭다

갠지스 강가의 시바신과 그의 부인 파르바티, 그리고 그의 자가용(?) 하얀암소 난디 조각상

강물이 불어나 가트에도 물이찼다

인도인들이 신성시하는 갠지스강. 인도각지에서 모여든 여행객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면서 조금씩 갠지스강을 접하며 힌두문화를 가르친다

거의 아물어가는 원숭이가 문 자국. 신기하게도 원숭이 얼굴모양으로 자국이 남았다. 이걸 코태지 주인에게 보여주니 그 조용한 사람이 껄껄대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