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중남미-중동 외환-주식시장 일제 타격..홍콩, 금리 긴급인하

IMF "신흥시장 금융위기 연쇄효과 과소평가 말라"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미국이 7천억달러의 금융 구제안을 마련하고 유럽도 뱅크런 방지를 위한 예금보장 강화와 금융지원 가이드라인에 합의하는 등 선진권의 금융시장 안정 노력이 속속 나옴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신흥시장 외환 및 주식시장이 계속 요동치고 있다.

싱가포르 증시의 STI 지수는 8일(이하 현지시각) 개장 초 2,117.47을 기록해 전날 마감에 비해 2.76% 하락했다. 증시는 전날도 급락세로 출발한 바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도 8일 전날보다 2.87% 빠진 2,095.91에 개장됐다. 상하이 A주의 경우 전날보다 2.87% 낮은 수준에서 개장됐으며 B주도 2.23% 빠진 122.35로 장이 시작됐다. 대만 가권지수 역시 8일 전날보다 2.72% 떨어진 5,374.27에 개장됐다.

홍콩 통화청은 8일 금리를 100베이스포인트 낮춰 2.5%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재할인율 스프레드도 미 연방기금목표율(FFTR)보다 50베이스포인트로 낮췄다. 기존 스프레드는 150베이스포인트다.

브라질 국영 개발은행 책임자는 7일 레알의 대달러 환율이 "지금 추세로 지탱할 수 없다"면서 자국 수출업계에 대한 신용 지원을 80억레알(미화 34억6천만달러 가량)로 당초 예정보다 20억레알 상향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 신용지원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 증시 기준 지표인 보베스파 지수는 7일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4만포인트 붕괴가 임박한 것으로 점쳐졌다. 7일 보베스파 지수는 전날보다 4.66% 주저앉은 40,139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6년 11월 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헤알의 대달러 환율은 7일 전날보다 5.05% 뛰면서 달러당 2.311헤알에 거래가 마감됐다. 이 또한 지난 2006년 5월 31일 이후 가장 높은 환율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날 거래마감 직전 7억달러를 긴급 투입했으나 환율 방어에 실패했다.

멕시코도 7일 페소화의 대달러 가치가 지난 10년여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페소화 가치는 이날 개장일 기준 5일 연속 떨어지면서 달러당 12.1450페소에 오후장 거래가 시작됐다. IPC 증시 지수도 3.97% 빠져 20,884.74를 기록했다. 이로써 나흘 연속 하락했다.

멕시코시티 소재 모멕스 브로커리지 관계자는 로이터에 "문제는 위기가 미국 만이 아닌 전세계로 확산됐다는 점"이라면서 이 때문에 멕시코 금융시장에도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도 7일 루피의 대달러 가치가 장 막판에 급락하면서 기록적인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루피는 이날 달러당 78.65/75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전날의 78.65보다 더 빠진 것이다. 루피는 이로써 올들어 달러에 대해 가치가 21.7% 떨어졌다.

JG 글로벌 캐피털 관계자는 로이터에 "파키스탄의 외환 보유가 월평균 8억-9억달러 빠지면 상황이 심각해진다"면서 그렇게되면 디폴트 위험도 급등한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지난달 27일 종료된 한주간 외환 보유가 전주보다 6억9천만달러 줄어든 81억3천만달러인 것으로 로이터는 집계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도 유동성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7일 사우디 중앙은행격인 사우디 통화청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가 인플레 관리와 민간 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통화청이 인플레를 심화시키지 않으면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신문에 밝혔다.

삼바 관계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유동성 문제가 앞서보다 심각해졌다"면서 "달러에 대해 리얄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환율 정책에 고민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우디 금융기관의 해외기채 여건도 금융 불안으로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일 워싱턴에서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신흥시장 금융위기 연쇄 효과를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신흥시장이 이번 위기의 최전선에 있지는 않지만 위기의 연쇄 효과로 인해 타격받을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