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조우.. 지금 생각하면 눈물나도록 웃기다.:'D
모든것들이,,
가게 됀 계기.. 정말 황당했던 숙박집(?).... 순박했던 시골 사람들...
그리고 아직도 가끔 생각나는 루오시....-_-
지금 다시 생각 해 보면,
나는, 미쳤다.
내가 산 기차표는 광조우에서 꾸이린으로 가는 기차표였고, 당연히, 나도 예정했던 꾸이린에서 내리기로 되어 있었다.
광조우의 기차역, 나는 예상 못했던 지출을 어떻게든 좀 덮어볼라고 직행이 아닌 완행으로 표를 샀고,(어쩌면 직행표는 처음부터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어? 생각했던것보다 싸네? 여기서 꾸이린까지 가깝나?
===============================================================================기차안====
우선 내 자리를 찾아보니.........누군가가 앉아 있었다-_-;
보이니 얼른 다른 곳으로 간다. 휴ㅡ.이제 바로 진실한 중국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겠구나.
자리에 앉아서 우선은 주위사람부터 둘러봤다.오른쪽에는 굉장히 거대한체구의 아저씨, 앞쪽에는 내 친구와 좀 비슷하게 생긴 술먹는 손목에 문신있는 아저씨, 앞-옆에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아줌마,왼쪽에는 좀 젊어보이는 아저씨... 처음엔 다들 조용하다가 한 30분 지나니 아줌마부터 입을 열기 시작하신다. 그러더니 나를 제외한 모두가 대화에 참가한다-_-..
으...나도 이 낯가리는 성격이 저주스럽다. 나는 어떻게 약간의 그룹이 형성된 곳에는 절대로 끼지 못한다.아니, 처음부터 아예 낄 생각을 못 하는거 같다.어쨌던, 그래도 나름대로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기라도 하려고 노력했으나 심한 사투리들은 나를 더욱 힘겹게 했다. 할 수 없지. 지루한,긴,불편한 여행길이 될 꺼 같다. 그냥 잠이나 자야지~
몇 시간을 간 걸까..눈을 떠보니 배가 고팠다.컵라면을 사다가 끓여먹을라고 돌아다녔는데 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통로에서 담배를 피던 한 아저씨가 나를 부르더니 물의 위치를 알려준다. 흠,, 내 옆에 앉은 아저씨잖아.. 이 기회에 말이나 걸어볼까... ...하지만 역시-_-; 배고픔에 그냥 고맙다는 인사만 한 채 그렇게 또 지루한 여행길을 가고 있었다.
라면을 먹고 일기를 쓰고 또 그렇게 지루하고 불편하게 앉아 있으려니까 한 아저씨가 말을 건다. 안그래도 심심해 죽을뻔했던 나는. 한번 터지니까 주저리주저리 완전히 그 자리의 수다꾼이 되어버렸다. 그곳에 앉았던 모든 사람들이 나와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고,나는 신나서 더 떠들었다. 말하다 못 알아 듣는게 나오면 다들 상의 해서 '북경어'로 설명해 주었으니.. 정말 행복한 순간아었다.ㅎㅎㅎ
오른쪽의 덩치 큰 아저씨는 가장 북경어에 접근한 언어를 구사하셔서 친절히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고,앞쪽의 손목문신아저씨는 한국에 대해서 그리 좋은 감정만 있는것은 아닌 듯 했다.'미국과 친하기만 하면 바로 미국서 투자하고 그러니까 금방 잘 살게 된다'로 시작하시더니 점점 한국정부가 미국에게 벌벌떠는것을 못마땅해 하신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나로써는 달리 할 말은 없었고(-_-으~;;) 그냥 한국 국민들은 미국을 엄청 싫어하지만 정부의 높은 사람들이 지금 미국과 관련된 여러가지문제로 어쩔 수 없이 친한거라고 억지로 그 아저씰 설득시켰다. 너넨 뭔가 있겠지만 힘 없는 우리나라는 눈치를 잘 봐가면서 살아야 한단 말이닷! 으~~~
'와즈,와즈~'
나의 수다를 멈추게 한 건 한 역무원. 왼쪽에 앉았던 아저씨가 설명해 준다. 중국에선 역무원들이 중간중간에 물건을 판다고. 오늘의 상품은 양말. 솔로 문질러도 안 헤지고 라이터로 지져도 불이 안 붙는다는, 특수 양말이다.(도대체 양말에 불이 안 붙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_! 한국의 지하철에서 종종 보이는,잘 나가던 부도난 회사의 1000원짜리 상품광고와 비슷하다.) 역무원 아저씨, 주변에서 장단을 맞춰주니까 신나서 한참 떠들고 쇼하고 난리가 났다. 다기능 양말을 사고 싶었었는지, 내 앞-옆의 아주머니께서 한번 줘 봐 달라고 하신다. 그러더니 우리쪽 좌석에 앉은 모든 사람들, 양말 하나를 들고 온갖 실험에 들어간다. 라이터로 지져보고, 힘껏 서로 당겨도 보고,솔로 빡빡 문질러도 보고...
그 모든것을 견뎌낸 양말. 통과다. 아저씨들은 아주머니에게 양말이 사도 좋을것 같다고 하고, 신이난 아주머니는 다시 역무원을 불러 예쁜색으로(연보라색~자주색~)골라서 아주 알뜰쇼핑을 하신다.(내가 볼 때 저건 분명히 땀 흡수가 안 될 꺼 같은데...,,마침 라면국물밖에 없어서 실험을 못 해본게 아쉬웠다.)
하하하.. 순박한 사람들인지, 아니면 원래 중국사람들이 처음 본 사람들과 이렇게 금방 잘 친해 지는지..가장 지루할 꺼 같았던 여행길이 완전히 코미디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술먹던 앞자리 아저씨는 앞쪽칸으로 술 마시러 가고, 키스유라는 분홍색과자를 새침하게 드시던 아주머니와 옆자리의 덩치 큰 아저씨는 잠드시고.. 나는 왼쪽의 아저씨와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이 아저씨,이번 여행에서 얻은 두번째 친구기 될 듯 하다.
사실은'아저씨'가 아니었다.고2였는데 내가 아저씨로 본 이유는 아저씨틱한 옷차림과 그을린 피부때문이었다. 공부하다가 집에 돈이 없어서 학업을 그만두고 도시로 나와서 돈을 번다는 아저씨. 이름은 '루오씨'고 이번에 일 하고 돈 벌어서 고향에 돌아가는 길이란다.외적인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나에게 외국인으로서 관심을 가져주는 다른 중국인들과 다른 느낌이다. 4시간정도 그렇게 얘길했나.. 이 아저씨 나보고 중간에 자기네 고향에 잠시 들렀다 가란다.나는 광조우의 안좋은 기억--;때문에 안된다고 했다.루오씨..그래? 하더니 다른 얘기를 시작한다.. 그러더니 또! 자기 고향에 초대한다. 그렇게 한 5번은 물어봤나? 루오씨의 고향인 용조우에 도착하기 15분 전, 나는 이번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래 . 나쁜사람같지 않고,만약에 무슨일 생긴다고 해도 내 팔자지.. 우선 많이 보고 돌아다니기로 했으니까. 루오씨가 나중에 말해준 거지만 다음부턴 절대로 그렇게 아무나 따라나오지 말랜다(흥_!지는!!)
특히 시골 같은 곳에는 이런식으로 사람 팔아먹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그리고 여행 도중에 이렇게 따라나가면 얼마나 위험한건지,한국에 와서야 알았다.-_- 그래서 이때 모르는 사람 따라나왔다는 얘기는 아직도 아무에게도 말 안했다.) 열차는 멈추고 나는 어두운 역에 내렸다. 작은 마을이었는지 사람은 별로 없었고, 루오씨는 역에서 내리자마자 숙소 잡아준다면서 역 앞에서있던 이사안 몇몇 사람들과 대화중이다. 또다시 나의 두려움이 나를 덮쳐오기 시작했다-_-;; 나 또 광조우같은 상황? 여기는 지도에서도 어딘지도 모르는곳인데다가 이 사람들이 사투리를 해 대니 내가 이 인간들이 무슨말 하는지 어떻게 알어..!!
대화가 끝나고 도착한 한 작은 집. 방문을 열고 나는 다시한번 겁에 떨어야 했다. 으-헉.... 벽에는 '러브이즈레드'라는 문구-_-;;와 이상한 사진들이 가득 걸려 있었고 이 주인 아줌마는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루오시와 계속 대화를 해대고 있었다. 여태까지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었다. 대화를 마친 루오씨. 아니! 이 인간이 자기 짐을 털썩 하고 내 방에 놓는게 아닌가! 으......
누군가 덕분이지,(나는 아직도 누군가가 나를 지켜준다고 믿는다! ㅋㅋ 고마워라~~) 그순간 나는 다음부터 다시는 이렇게 겁 없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다짐+다짐+다짐...했다.
나중에 안거지만, 루오씨는 내가 자기를 의심할까봐 일부러 자신의 소중했던(!)짐을 내 방에 놓은 거라고 한다.또 오바병이 도졌었나..-_-; 짐을 놓자마자 잘 자라고 인사하고 옆방으로 가 버린.. 루오씨가 나가자 마자 나는 문을 걸어잠그고 하느님께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그러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거리 한복판에서 자는기분! 밤에 차 소리가 들려서 시끄러워라~했는데 아침에 들리는 소리는 완전히 북경도로 한복판이다. 아니, 딸딸이들(..--;;중국에 있는 굉장히 큰 딸딸 거리는 3륜 트럭을 말하는것임.)때문에 더한다.그래, 너네가 이겼다, 나 일어날란다~ 밝은곳에 있으니 어제 무서워 보였던 성인물 포스터들이 우스워보였다. 문을열고 나가니 집 주인 아들인 듯 한 아이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애랑 조금 놀다가 주인집 아줌마한테 지금 씻어도 돼냐고 물어보니까 주전자 올려 놓으면서 커이마?(가능해?)이런다. 한국에서 단수 때 썼던 방법. 신싀지에 있으면서 샤워장까지 가기 귀찮아서 기숙사 화장실 문 잠그고 하도 해대서 이미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다.ㅎㅎ 어쨌던 광조우에서 비 맞고 땀흘리고,,
그런거 다 씻어버리니까 개운하다. 샤워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니 루오씨가 짐을 챙기고 있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면서 짜증을 낸다. 좀 미안해 하는 눈치. 기차시간 전까지 구경시켜준댄다. 나때문에 오랜만에 도착하는 집에도 못 들어가는게 좀 미안했지만 어제 포기한 기차표 값으로 된다고 한다.
우선 배를 채우기 위해서 식당에 들어갔다. 말이 식당이지,완전히 문 없는 집에 식탁2개와 의자 몇개가 놓여있고, 지금 있는 닭,생선,고기등 재료를 보여 주어서 뭘 어떻게 해줄까도 손님한테 일일히 물어보는, 여태까지 보아왔던 식당들과 영 딴판이다. 밥이 다 될 때까지 옆에 있는 피씨방(시골인데도 피씨방이 있었다. 꽤 잘 되는 모양인지 사람들이 그득그득) 가서 컴퓨터를 하다가 아주머니의 부르는 소리에 다시 아까 그 식당으로 갔다. 맛있었던.. 정말 그야말로 가정식 백반. 배가 남산만큼 부른 주인집 아주머니가 계속 루오씨한테 말을 건다. 둘이 뭐라뭐라고 하는 가운데 나는 열심히 밥을 먹었고, 둘의 얘기에서 몇가지를 알아듣게 되었다.
"그럼 너도 같이 가지? " "안돼요, 우린 방금 만났는걸요, 게다가 쟤는 여자고 나는 남자잖아요.. 안 될 꺼에요."
대충 얘기하는 내용이 짐작 가는 대화. 물론 나는 끝까지 못 알아 듣는 걸로 되어 있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여러모로 불필요한 불편이 많다. 이렇게 해서 우정이 어려운 건가 보다. 이럴 때 내가 남자였거나 루오씨가 여자였으면 어땠을까? 크면서, 남녀간의미묘한 감정을 배우면서 잃은 가장 소중한것. 어렸을 때 처럼 그냥 모두다 편하게 친구했으면 좋겠다.
밥을 먹고 나서 우선은 표를 사기 위해서 기차역에 갔다. 시골 풍경에 최근에 지어진 듯한 나름대로 깔끔한 기차역 건물이 어울리지 않는다. 가서 표를 샀다. 언제 불렀는지 루오씨는 자기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있었다. 한껏 멋낸 예쁘장한 여자아이, 송곳니가 인상적인 깡마른 남자아이. 서로 소개를 받고, 금방 친해졌다. 특히 이 여자애, 한국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다.한국 배우 원빈,장동건을 좋아한단다. ㅎㅎ 불쌍한 것, 경쟁자가 많겠구나. 한국말도 계속 물어보고, 아무튼 귀여운 동생 하나 생긴것 같았다.
기차시간 전까지 대충 용조우를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시골 풍경, 시골도 이런 시골은 난생 처음이다. 아마도 할머니께서 여기 오시면 자기 옛날 살던 곳 같다고 하실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곳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우선 무엇보다 큰 건물이 없어서 하늘을 많이 가리지 않았다는것. 하늘이 이렇게 많이 보이는게 이렇게 탁 트이고 시원한건지 처음 알았다. 원래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건데...
할아버지 같은 느낌의 건물들,, 마음대로 자라게 내버려 둔 자연, 그리고 여기저기서 인사 해 대는 순박한 시골 사람들..
이번에 용기를 낸 것이 마지막이 될 꺼라고 다짐을 했지만, 잘 온것 같았다. 여태까지 보아왔던 도시들이 아닌, 진정한 땅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기차시간.. 헤어지는 시간이 너무 아쉬웠다. 귀여웠던 루오씨의 친구들에게서 QQ번호를 받고,(중국의 거의 모든 10~20대들이 사용하는 매신저.)나중에 한국 갔다가 다시 중국 오면 꼭 연락할꺼라는 약속을 받고서야 나를 보낸다. 루오씨는 입장표를 사서 기차 안까지 데려다 주었다. 꾸이린 까지는 입석표로 샀지만,사람이 없어서 자리가남으니까 다행히 아무곳이나 앉을 수 있었다. 자리를 찾아서 앉으니까 기차는 벌써 용조우를 떠나 있었다. 이런,, 손 흔들어 줄라고 했는데....
기차역 입구 들어가기 전에, 루오씨는 나에게 꾸이린에 같이 가 줄까? 하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도 혼자의 긴 여행에 약간 지치기도 하고, 오랜만에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서 반가웠으므로 굉장히 반가웠으나, 의외로 내 대답은'고맙지만 괜찮아.'였다. 평소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는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서 이 말을 하고서는 나 자신도 놀랐다. 그리고 기차안에서.. 처음에는 정말 그들이 그리웠고 마음과는 다른 대답을 한 내 입이 원망스러웠으나, 점점, 냉정했던 내 머리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내 여행이니까..혼자니까.
"돌이킬 수 없기에 소중한 추억.... "by정하언니, 축복해줘서 고마워요!
#전형적인 시골...
용조우 돌아다니면서 카메라를 가방에두고와서 사진을 하나도 못 찍은게 너무 아쉽다. 다행히 하룻밤 묵었던 곳에서 아침에 창밖 풍경을 찍은것. 뒷쪽엔 작은 길이 있는데 밤에만 차들이 지나다니는 듯 하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