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쓰나미 참사 현장


12시간 불길에 '사라져버린 도시'

미야기현 게센누마

"고~" 하는 굉음과 함께 밀려든 집채만한 파도가 마을을 삼키기가 무섭게 시가지 곳곳에서 화염이 치솟아 불바다로 변한 일본 미야기현 게센누마. 만 12시간이 지난 12일 오전에야 겨우 불길이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2m 높이까지 들어찼던 물이 8시부터 빠지기 시작해 폐허가 된 시가지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도로에는 바닷물이 몰고온 질퍽한 침전물 위로 어시장에서 흘러나온 상어와 참치 토막이 널려 있고, 물 웅덩이에선 생선이 헤엄치고 있었다고 < 아사히신문 > 은 전했다. 헬리콥터로 촬영한 시가지는 일부 콘크리트 건물들을 빼고는 초토화돼 건물 잔해들만 잔뜩 쌓여 있었다. 마치 폭격을 당한 모습이었다. 짠내와 기름내, 연기가 뒤섞인 악취가 풍기는 가운데 엄마를 찾는 여자애의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간신히 대피한 주민들은 바닷물에 이어 화염이 덮쳐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며 진저리쳤다. 정신없이 닥치는 여진 때문에 덜덜 떨면서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느라 터지지 않는 휴대전화만 누르고 있었다.

3층 높이 파도…방파제 무용지물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

얼마 떨어지지 않은 미나미산리쿠초에선 지진 발생 사흘이 지난 13일까지 전체 인구 1만7300명 가운데 1만명 가까이가 행방불명 상태다. 10m 남짓의 쓰나미가 해변에서 약 3㎞ 떨어진 이 해안도시 전체를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쓸어버렸다.

바닷물이 건물의 3층 높이까지 들어찼다. 대피한 것으로 확인된 7천여명을 빼고는 생존자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높은 건물이 별로 없는데다 대부분 바닷물에 휩쓸려 무너지는 바람에 많은 주민들은 피할 곳을 찾지 못했다.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가 생길 때마다 피해를 비껴가지 못한 이 곳은 방파제와 방조제, 수문 등으로 대비를 해왔으나, 100년만에 한 번 발생하는 이런 초대형 쓰나미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주민 2만명중 1만5천명 '행방불명'

이와테현 오쓰치초

미야기현과 함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와테현에서도 몇몇 지역은 마을 중심지가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 요미우리신문 > 은 13일 주민 1만여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항구도시 리쿠젠타카타를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봐서는 도시의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중심지로 보이는 곳에서도 빌딩이 거의 보이지 않고, 사람도 차도 눈에 띄지 않았다. 병원과 같이 강화 콘크리트로 만든 것이 분명한 중간 몇층짜리 건물 일부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해안에서 몇킬로 떨어진 숲속까지 건물 잔해들이 쓸려가 있었다. 대피한 주민은 시 전체 인구 2만3천여명 가운데 5900명뿐이다.

같은 현의 오쓰치초도 쓰나미에 이은 화재로 마을 중심지에 있던 도서관과 주유소 등이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파괴됐다. 오쓰치강의 제이알(JR)철도는 교각만 남고 사라졌다. 공무원 수십명도 대피가 늦어 소식이 끊긴 상태다. 26곳의 대피소에 4600여명이 피난해 있지만, 나머지 1만5천명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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