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서해성의 직설] 가축대학살은 인수공통전염병 부른다
땅밑에 피의 4대강을 파는 생명파괴 시대, 광우병 전문가 우희종 교수의 경고
한겨레
» 우희종 교수는 “날씨가 따뜻해진 이후 심각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가축 매몰지역을 모니터링하는 철저한 사후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제35화 구제역을 구제하라

청소일까, 학살일까.

대한민국 정부는 ‘청소’로 여기는 듯하다. 더러운 방을 쓸어내고 오염될 기미가 보이는 물건을 죄다 내다버리는 정도랄까. 그래서 이름도 ‘처분’이다. 살처분. 다른 편에서는 ‘학살’이라고 말한다. 그냥 학살이 아니라 ‘생매장 대학살’이다. 그들은 차마 구제역 뉴스를 볼 수가 없어 텔레비전을 꺼버린다고 한다. 포클레인에 실려 꿈틀대는 돼지들의 사진에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두달간 이 땅에서는 200만마리에 가까운 가축들의 청소 또는 제노사이드를 집행했다.

오늘의 직설은 그 어느 때보다 전문적이면서 살벌하다. 초대손님으로 모신 서울대 우희종(53) 교수(수의학과)의 입에선 어려운 의학용어와 함께 극단적인 표현들이 쏟아져나왔다. “산천을 피로 물들이는… 엠비는 카인 장로님… 생명의 윤리를 저버린.” 그만큼 지금의 상황과 그 후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우희종 교수는 ‘광우병’ 하면 떠오르는 수의면역학 전문가다. 80년대부터 ‘프리온 단백질’ 연구에 관심을 가져왔고, 정부가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던 2008년에 변형 프리온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로부터는 광우병 공포를 과장한다는 공격을 받았다. <조선일보>, 의사협회와는 아직까지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인문학과 통섭하려는 보기드문 과학자이자 ‘과학맹신주의’를 경계하는 불자이기도 하다. 지면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줄기세포 연구로 대표되는 영생에 대한 자본주의적 탐욕을 오랜 시간 비판했다. “근대과학은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번 되풀이했다.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한홍구(이하 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살처분, 이게 최선입니까?

우희종(이하 우) 발생 초기엔 일정 범위에서 살처분을 할 수 있지만 초기방식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유지해가고 있는 거죠.

서해성(이하 서) 수의학자로서 이 야만적인 동물 제노사이드에 대한 소감은?

사람과 동물, 나아가 병원균이라 말하는 미생물들도 이 생태계 구성원입니다.

‘살처분’이라니, 다른 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배려, 윤리가 부족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구제역 대응과정이 대단히 파괴적, 비생명체적인데.

처음 발생한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조금 확산된 시점에서 즉시 예방접종을 했어야 하죠.

카인 장로님, 피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백신접종이 효과가 없다고도 하고, 백신을 맞으면 청정국 지위가 흔들리고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고도 합니다.

정부는 처음에는, 청정국 이미지 때문에 백신을 쓰면 안 된다고 고집했죠.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고기를 거의 수입(주로 칠레산)합니다. 안심 쪽만 수출하는데 끽해야 15억에서 20억원 규모거든요. 나중에는, 백신을 맞아도 균이 체내에 남는다는 논리를 들이댔죠. 군색하죠. 처음부터 백신처방을 병행함으로써 수많은 동물을 죽이지 말았어야 하는데, 정부도 실기한 걸 알고 이제야 우왕좌왕하고 있는데…늦었습니다.

수출에서는 20억원 손실, 살처분 보상금은 1조원을 넘어가잖아요. 청정국 지위를 잃으면 비청정국 국가들로부터 우리 것 사가라는 통상압력이 거세진다는 주장도 있던데요.

그건 아니에요. 안 사면 그만이죠. 또 수출은 기업이 하죠. 가축을 잃은 농가들이 아닙니다. 청정국가, 그렇게까지 고집할 필요 없습니다.

축산분야 수출액이 20억원이라면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에 불과한데.(웃음) 그 때문에 100만이 넘는 목숨을 묻어야 하는지.

방역이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준비돼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신속하게 접목이 돼야 하죠. 신속함과 유연함이 질병확산 방지의 핵심인데, 그게 없었죠.

4대강에 쏟는 관심 100분의 1만 갖고 있었다면 역병이 이토록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텐데. 구제역이라는 게 침 흘리고 발톱이 갈라지는 거잖습니까. 입가에는 탐욕의 침이 범벅이고, 민심과도 평화와도 틈이 갈라져버린 게 닮았어요. 구제역 권력.

동물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요.(웃음) 동물은 탐욕스럽지 않아요.

97년에 대만에서 구제역으로 동물 360만마리를 매몰하면서 소농들이 망해버렸습니다. 우리 축산 소농들도 그 길을 피해가기 어려울 텐데.

이러한 대처방식 배후엔 농장, 목장, 농업에 대한 철저한 방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에프티에이 연장선이겠죠. 엠비는 농축산민이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어 보여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고 방치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웃음)

200만마리를 살처분하는 걸 보면서 농업과 축산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소농들은 도시 프롤레타리아로 주변화하겠죠. 악순환이 손에 잡힐 듯이 보입니다.

생산농민의 빈민화뿐 아니라 국민 생존권이 달렸습니다. 고기나 식량이 없으면 외국에서 사 먹으면 된다는 장사논리는 다가올 식량전쟁에서 우리 운명을 거대 다국적 기업에 맡겨놓는 셈이거든요.

동물학살 숫자로 치면 한국전쟁 때 죽은 사람을 넘어서고 있어요.

그건 3년 동안이고 지금 사태는 두달도 채 안 되어 벌어진 일이죠.

얼어붙은 땅덩어리 밑이 지금 소·돼지 울음소리로 가득해요.

4대강으로는 산과 강을 훼손하면서, 그 안쪽마저 동물 피로 물들이는 거죠.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 피의 소리가 들려온다는 표현이 딱 맞다고 봐요. 장로님이신데 어찌 이렇게 땅속 피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지. ‘카인 장로님’이 아닌가! 대통령이 며칠 전에 매몰현장 방문했는데, 50일이나 지나서 무슨 생각으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영하 18도 추위 속에 벌어진 일이라 그나마 다행이랄까. 2009년 몽골에도 겨울에 재앙이 밀어닥쳤죠. ‘차강조드’(혹한기에 일어난 ‘하얀 재앙’) 이듬해 봄 5살 미만 어린이들 사망률이 늘었어요. 동물이 떼죽음하면서 유목민은 도시로 흘러들고. 그나마 살아남은 동물로 병이 이행하는 악순환이 일어났습니다.

몽골이야 땅덩어리가 넓고 인구밀도가 낮잖아요. 우리 땅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수의사들이 살처분에 동참할 땐가

아무도 말을 안 하고 있지만 따뜻해진 이후 심각한 상황이 올지도 모르죠. 매몰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철저한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는 관심이나 있는지. 이렇게 좁은 땅덩어리나 높은 인구밀도 조건에서 검토된 연구는 외국에도 전혀 없습니다.

한국인이 모두 캐리어(전파자)가 되는 셈이죠. 몽골 양상으로 봤을 때 내년을 장담할 수 없어요. 미처 알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로 아르엔에이(RNA)가 끝없이 변화를 일으킬 텐데.

아르엔에이처럼 돌연변이를 잘 일으키는 놈이 없습니다. 구제역을 이런 식으로 대처하다간 바이러스가 인체에 적응할 조건을 형성시켜줄 수 있어요. 자칫 세계적 재앙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해영 교수가 직설에서 균형 잃은 한-미 에프티에이(FTA)를 일러 ‘글로벌 호구’를 넘어 ‘글로벌 민폐국가’가 되는 일이라고 했는데, 아예 ‘글로벌 재앙국가’로 될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스페인독감이나 홍콩독감처럼 코리아가 붙는 괴질 진원지.

현재 이종장기개발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건 한국뿐입니다. 가령 돼지장기를 우리 몸에 부착했을 때 그게 감염되면 종간장벽 때문에 걸리지 않았던 숱한 병들이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이 되는 거죠. 이종장기개발용 무균돼지를 만든다는 뉴스를 접할 때 염려를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인간 중심의 과학맹신주의가 깔린 ‘무감각’이 구제역 상황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거죠.

이종장기, 줄기세포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분들도 있는 게 사실이죠.

몇년 전 이종장기개발 국민합의체 토론에 나간 적이 있어요. ‘고통받는 장애인들 외면한다면 생명존엄에 대한 방기가 아니냐’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그 큰 연구비 투자해서 나온 장기를 살 사람이 누구이겠냐고 물었어요. 비싼 장기 구매자는 부자이겠죠. 생명존중보다는 자본과 결탁한 연구가 아닐까요? 이종장기가 결코 안 된다기보다 고통을 악용해서 성찰하는 척 미사여구로 포장하지 말았으면 하는 거죠.

장기이식이란 거개가 가난한 자의 장기를 떼서 부자에게 붙여주는 거죠. 이종장기 문제라고 얼마나 다르겠는지요.

그걸 사회적인 자산으로 만들어 보편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내야 합니다.

서구문명사회는 ‘무균 사회’를 지향하고, ‘무균 판타지’를 판매해왔습니다. 이는 중세와 변별점이자 서구가 식민지에 강요한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위생 변별점이기도 합니다. 불가능한 일인데 말이죠.

불가능할 뿐 아니라 스스로 목을 조르는 일이죠. 해섭(HACCP)도 몸 안에 유해한 미생물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좋은 미생물도 먹자는 논리인데, 우리는 ‘깨끗깨끗’ ‘무균무균’만 외치거든요. 이건 면역력 약화로 인간 생존 위험성을 점점 더 높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동물대학살 사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인데요, 대지에는 생명 파괴의 4대강, 거실에는 진실 파괴의 미디어 4대강, 땅밑에는 피의 4대강이 흐르고 있다! 4대강 개발의 끔찍한 확장이죠. 지금 3대 4대강이 흐르고 있는데 하나만 더 추가하면 균형까지 잡힌 4대 4대강이 흐르게 된다는 거죠.(웃음) 구제역 사태로 수의사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 말해보죠.

지금 수의사들이 마치 731부대나 아우슈비츠에 근무하던 의사들처럼 자기들이 배운 지식과 전문성으로 생명을 죽이는 일에 동원되고 있어요.

분노가 일죠. 예전에 수의학(4년제)은 축산농가의 생산성 보조역할로서 동물치료 수준이었죠. 10년 전부터 의학(6년제)으로서 세분화된 전공분야를 갖추게 됐어요. 이번에 예방접종 지원하지 않은 것도 10년 전 대처방식을 거의 그대로 적용한 거죠. 방역정책 입안자들은 수의사가 질병 전문가이긴 해도 축산 보조자라는 개념이 박혀 있어요.

인공수정사쯤으로 여기는.

수의사들에게는 중요한 정체성 문제일 텐데.

부끄럽지만 수의사 책임 또한 커요. 전문가로서 의견 제시보다는 정부 눈치만 봐 온 거죠. 서울대 수의학과에서 구제역 현장에 학생들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전시효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수의사들이 살처분에 동참해서 죽일 때가 아니거든요.

그분들은 ‘전시효과’가 아니라 ‘전시상황’이라는 인식이 있는 거겠죠.(웃음)

수의학이 생명을 다룬다는 성찰이 빠져 있어요. 낡은 생각을 가진 수의사들이 수의학을 죽이고 있습니다.

우 교수께서는 그동안 인수공통감염 우려를 거듭 제기해오셨는데 좀 설명해 주시죠.

산업사회 이후 인구 급증 등으로 인수공통전염병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지난 30년간 신종전염병이 50여종 등장하는데 75%가 인수공통전염병이죠. 에이즈와 광우병 등. 질병이 일정하게 임계상태에 다다를 때까지는 그다지 심각하게 못 느끼는 법이죠. 이걸 막으려면 산업과 소비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자본논리 속에서는 거의 불가능하죠.

“이주노동자 탓”은 무자비한 마녀사냥

우 교수는 80년대부터 되새김동물해면상뇌증(BSE, 광우병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습니다. 광우병 관련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둘이나 되는데 광우병의 심각성을 세계가 인정한 터이죠. 문화방송 <피디수첩>에서 ‘시제이디’(CJD, 광우병)하고 베리언트(variant, 변종)가 붙는 ‘브이시제이디’(vCJD, 인간광우병)가 문제 돼가지고 무죄판결이 나긴 했지만 검찰이 심하게 닦달을 했습니다. 대개 ‘그 할아버지 치매 걸렸어’라고 하지 ‘알츠하이머야’라고 하지는 않죠. 문제의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라고 다르지 않았을 텐데.

일반인끼리 하는 말을 트집 잡아 학술대회 수준의 잣대를 들이댄 거죠. 목욕탕에 몸을 담그면서 ‘시원하다’고 하잖아요? 누가 ‘뜨거운데? 너 틀렸어’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하죠?(웃음)

하늘을 나는 새들을 매개자로 보고 퇴치, 박멸하겠다는 건 참으로 오만한 발상으로 보입니다. 금을 그을 수 없는 하늘을 치료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번 구제역 숙주나 경로는.

철새가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겨온다는 말도 가정치로 존재할 뿐이죠. 이번 구제역이 왜 발생했는지조차 잘 모릅니다. 처음엔 베트남 여행을 한 축산농민에게서 나왔다고 했죠.

한나라당에서는 민주당의 지방 의정보고대회가 구제역을 옮기는 캐리어라고도 했죠.(웃음)

조사해 보니 베트남형 유전자형이 안 나오자 정부토론회에서 이주노동자에게 화살을 돌렸어요.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를 타깃으로 삼아서 주원인이라고 하는 건, 정부 태만을 변명하고 덮고자 하는 무자비한 마녀사냥이죠.

우 교수가 말한 대로 수의학이 자본 종속성이 강한 학문 중 하나라면, ‘알프스 소녀’나 ‘플란다스의 개’ 같은 게 그 문화적 생산물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우 교수는 그동안 수의학을 사회학·인문학 영역으로 확장해왔습니다.

내가 전공해온 면역학 또한 파편화된 관점에서 생명을 보고 있죠. 인문·사회·자연과학이 서로 분리된 채 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오랜 고민이 있었죠. 자연과학에서 인문학 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반대 경우는 드물지만. 그런 비대칭성에 주목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세계적으로 포비즘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엠비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전쟁불사 등으로 대중이 공포에 떨고 있고, 권력은 대중에 대한 공포가 있습니다.

엠비정권은 우 교수가 광우병 공포를 팔아먹었다고 하고 있죠.(웃음)

지구온난화·화산폭발 따위 공포, 까닭 모를 새·물고기 떼죽음에 놀라 동물묵시록지도가 등장하고, 유에프오가 ‘창궐’하고, 사람 얼굴을 한 뱀·악어인간이 문명의 거리(인터넷)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우 교수에게는 인수공통감염 공포가 있고.(웃음) 실로 미노타우로스(반인반우)적 상황이거든요. 엠비권력이 ‘인수공통적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건 다들 아는 일입니다. ‘쥐박이’는 그 저점에서 형성된 대중유희죠. 유희를 통해 대중은 공포를 벗어나고자 합니다. 인수공통질병 연구자로서 미노타우로스적 상황을 어떻게 해야 바꿔낼 수 있을까요?

사람들아, 제발 동물처럼만!

사람이 동물처럼만 하면 돼요. 합리적 이성의 탈을 쓰고 진행되는 이 사회가 오히려 뭇 생명을 말살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제발 동물처럼만!

그러니까 ‘짐승보다 더한 놈아, 짐승만도 못한 놈아, 짐승’ 중 가장 나쁜 게….

인간 같은 놈아!(웃음)

지구상에서 페스트균은 실험실을 빼놓고는 사라졌어요. 그 자리를 자본주의 욕망이 페스트를 대신해 차지하고 있죠. 카뮈의 <페스트>에 나오는 의사처럼 폭력, 탐욕을 치유하는 ‘사회의사’로서 지식인 역할이 참으로 중요한 때입니다. 우 교수처럼.

브이(변종) 페스트지.

설화에서 보듯 옛 인수공통사회는 공생관계였죠. 자본사회 이후 집약적 동물착취체제가 형성되면서 동물과 사람이 같은 질병에 걸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구제역 사태를 깊이 성찰한다면 사람과 동물이 온전히 함께 사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생태계를 내려놓고 사고전환을 해야 해요. 우리들의 일방적 욕망 만족을 이 생태계가 더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자업자득은 당연하다 해도, 다른 생명체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근대과학은 겸손해야 합니다.

물질적으로는 석유 사회, 항생제 사회, 그리고 단백질 사회로 근대를 압축할 수 있습니다. 석유, 항생제에 대한 경고에 비해 단백질 착취에 대한 성찰은 부족합니다. 홀스타인·버크셔·레그혼으로 상징되는 소·돼지·닭들에 대한 죄악을 최소화하기 위한 심각한 고려가 필요한 때입니다. 피의 4대강은 그 거대한 신음소리이자 경고입니다.

■ 직설잔설

잘못은 새에게 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매개체로 오해받아 사향고양이 1만마리가 하루아침에 처형된 게 6년 전이다. 사향과 약, 커피 루왁을 뽑아내거나, 모피, 음식(룽후더우, 수이주훠마오)으로 밥상에 오르던 고양이는 인간 질병의 대속자로 둔갑해서 속죄염소(양) 노릇을 해야 했다. 과학의 이름으로 완성한 주술적 행위였다. 그럴 즈음 놀랍게도 호흡기증후군은 급성으로 자취를 감추어갔다. 과연 주술의 힘은 강했다.

속죄염소에서 보듯 일찍부터 동물은 사람들의 죄를 대신 짊어져왔다. 유대 역사만이 아니다. 죄를 씌운 뒤 염소를 황야로 내쫓으면서 사람들은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죄는 씻겨나갔다. 잘못을 염소가 다 가져갔으므로. 그리고 한 유대 청년이 대속의 나무에 매달려 못 박혔다.

인간세계 고통의 상당 부분은 주술이 맡아왔다. 과학자들이 죽은 새에서 병원체를 찾아내면 미디어는 이를 대중에게 주술적으로 유포시켜왔다. 그런 과정에서 가정치는 사실로 굳어간다. 새 질병에 대한 공포 덕분에 미디어 소비는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이때부터 새들의 비행 각도로 조류인플루엔자(AI)는 퍼져나가고, 모든 철새는 인플루엔자의 전파자가 된다.

오늘날 사람과 동물이 앓는 유행병 대부분은 특정지역 풍토병이었다. 식민지시대 이동(여행, 탐험, 침략 등)은 질병으로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도시화와 도로, 철도, 항로는 그걸 빠르게 퍼뜨리는 경로였다. 인수공통질병은 구구한 말이 필요 없이 자본의 광적인 단백질 착취(집단사육)와 유통에서 말미암았다. 그런 점에서 유행감염병의 발생과 숙주와 매개체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야만적 자본과 무능한 정치권력이다.

오래도록 질병의 출처는 대개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아시아였다. 몇해 전부터는 국경 없이 날아다니는 새 따위가 문제다. 자본이 책임 회피를 위해 만들어낸 속죄염소로는 새가 마지막 주술이 될 게다. 유행병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 이 새들에게 여권을 만들어주어야만 한다. 서해성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5986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