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 보는 눈 달라졌다
홍콩 한국설명회 장사진…한국물 관심 다시 높아져
원화값 20원↑ 1363원…코스피 5개월만에 최고

25일 홍콩 아시아투자콘퍼런스의 한국 경제 설명회장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주최측인 크레디트스위스는 100석 규모 자리를 마련했으나 참석자가 너무 많아 반 이상이 서서 들어야 했다.

지난 12년 동안 개최된 홍콩 아시아투자콘퍼런스에서 한국이 주제로 선정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행사장에 나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 대해 열띤 질문 공세를 폈다.

한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경제가 이번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다른 외국인 투자자도 "금융시장이 지난해 9월 위기설 이후 점차 진정되는 국면을 보이고 있다지만 향후 글로벌 경제가 더 안 좋아지더라도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의 외화부채가 과중한 것은 아닌지, 은행 건전성에 문제는 없는지, 수입이 줄어들어도 가계에서 빚을 상환할 능력은 있는 것인지 등 부채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던졌다.

한국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상기된 목소리로 "현재 미국과 유럽이 겪고 있는 위기와 한국의 위기는 다르다"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한국 경제는 나쁘지 않지만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각 개별 질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체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너무 과도하다는 데 공감했다. 삭티 시바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아ㆍ태평양 주식전략부 대표는 "한국 은행권의 예대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에서 한국이 가장 타격을 받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빠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을 비롯한 장기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투자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슈 JP모건자산운용 아시아 대표 역시 한국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의 내수가 세계 경제 견인차 구실을 할 가능성이 커 인접국인 한국은 그에 따른 수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의 저축으로 선진국이 소비를 지속하는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돼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게 됐다"면서 "중국의 내수 진작에서 투자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도 대체로 한국 경제 상황과 미래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올리미에 데스바즈 CS 채권 스트래트지스트는 "한국이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외화부채 규모는 상당하지만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달러 자금 조달도 점차 수월해지고 있고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금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원화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당시 달러당 원화값은 1400~1500원 선을 기록하고 한국물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당시 500~600bp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이후 채권ㆍ증시ㆍ외환시장에 공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물 매수가 시작되면서 25일 원화값은 전날보다 20.50원 오른 1363원을 기록했다. 한국물의 CDS 스프레드도 380bp까지 내려왔다.

코스피도 이날 1229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0월 17일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외국인이 7거래일째 순매수세를 지속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홍콩 = 이재화 기자 / 서울 = 이진우 기자 / 한예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