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갔다.
돌이킬 수 없기에 소중한 추억 많이 만들고 가라는 축복과 함께 나중에 연락하라고 남겨준 북경 연락처가 씌여있는엽서만 남겨두고....ㅠ_ㅠ
여행 처음의 자신감과 설레임들이 완전히 다 사글어 든 느낌. 이게 지친건가?
어제 핸드폰 잃어버린것 때문에 속이 상한다.
다시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고 , 완전히 오늘 무슨 날인거 같다.
내일 홍콩 가려고 했는데.. 오늘 기차표도 사 놓아야 하고...
지친 나를 달래주기 위해서 뭔가 사기로 했다. 그리고 생각난 장소, 어제 못 가봤던 그 라오지에.이번엔 돈을 들고,첫째날에 갔던 길로 고대로 다시 갔다. 걸어가면서 상해 구석구석도 보고...
도착한 라오지에는 나를 다시 즐겁게 해 주었다. 하나씩 하나씩 꼼꼼히 보고, 가장 맘에 드는 가게 앞에서 옛날 동전들을 사기로 했다.왠지 그냥 쌀 것 같아서..._-_
하지만 주인 아줌마, 동전 하나에는 20원이고 훈장하나는 80원이란다. 우선 맘에 드는걸 고르고 나니
총 합해서 200원이라는 소리.하하...어제 저녁 때 이그렉 친구가 120원 부른 티셔츠 100원에샀다고 자랑했던 게 생각 났다.서양 애들보다 가식적 써비스는 덜 받지만, 이런점에선 좋은 것 같다. 주인아줌마한테 친구하자고 하고 다 합해서 65원에 사 버렸다.ㅎㅎ 중국 처음 왔을 때 그냥 부르는 가격에서 10~20원만 깎아도 기뻐했던 내가 이렇게 많이 발전하다니..물론 싸게 산 건 아니지만,그래도 '기념'하기 위해서 기분좋게 사고 나왔다.
기분 전환을 하고, 이젠 내일 가야 할 홍콩까지의 기차표를 사러 역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 북경역이랑 분위기는 비슷하다. 건물은 많이 다르지만... 어제 데이가 귀뜸 해준 대로 중간 침대표를 달라고 하니까 다 팔렸다고 한다. 흠...그냥 아랫표, 돈을 약간 아끼려고 딱딱한침대로 샀다.헉;; 그래도 가격이 장난 아니다. 멀긴 먼가보다. 하긴.. 여기서 28시간이라는데...
홍콩가는 표라서 그런지 주의사항이 씌여진 종이랑 출입신고서 같은걸 준다.
하하.. 홍콩,, 상해에서 한 만큼만이라도 잘 해 나갈 수 있을까?
내일이면 여길 떠난단 생각에 여기 있던 동안 내가 많이 돌아다녔던 거리 사진도 몇개 찍어 놓았다.

#숙소로 가는 길. 서구적인 건축물들. 오는 길에 연잎밥을 사서 먹으면서 왔는데 생각보단 맛이 별로였다.


# 라오지에의 바로 그 가게. 가만가만 보면 신기한것들, 예쁜것들 참 많다.
라오지에에는 이런 가게들이 양쪽으로 쭈욱 늘어서 있어서 구경 하는 동안 시간이 빨리 감.ㅎㅎ


#라오지에 골목에서.
여기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별 거 아닌 그냥 상품일 뿐이겠지만 외지인인 나에게는 정말 다 예뻐보인다--


#나의 기분을 다시 좋게 만들어 주었던 옛 동전들+훈장!

#상하이의 구석구석.
겉만 보면 위와 같은 서구적인 건물들만 보이지만 구석구석 보면 상하이엔 이런 건물들도 많다. 특히 저 빨간 창문. 예쁘다.중국적이고.



큰일났다! 결론부터 쓰자면 핸드폰 택시에 두고 내렸다. 당시엔 걱정이 안 됐는데 지금은 그 안에 있는 사진들이너무 아까워죽겠다. 으아~ 지금 오늘 얼마썼는지 계산하는데 핸드폰이 없어서 더하기를 못하겠다.이런 이런...어쩌면 좋을까~ 큰일났다!!
동물원에서 돌아오니 숙소에 언니가 있었다.같이 나가서 저녁을 사왔다. 위샹로쓰컵라면,(내가 좋아하는 당면 컵라면 중에서 제일 맛있었던거 같다.),장미향 요구르트랑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실타래..
저녁먹고 유~명하다는 난징루에 갔다.처음엔 이게 뭐야~ 건물만 있잖아.. 했는데 더 들어가보니 우리나라 명동같은,북경의 왕푸징 같은 거리..주머니등 갖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그냥 구경만 하고,난 언니를 쫄라서 저번에 갔던 라오지에에 갔다. 택시타고..(이 택시에서 핸드폰 두고 내림-_-;)
라오지에. 저번에 온 데가 아닌거 같은데?보통 '라오지에'라고 하면 여기를 가르킨다는러가는데 내가 저번에 갔었던곳은 어디지-_-?
친절한 한 중국 여자가 7시에 닫는다고 말해줬다.그래서 그냥 아쉬운 대로 짭 라오지에-_-에서 사진찍고 바로 와이탄으로 갔다.
상하이의 상징. 와이탄의 야경.
사람도 많았고 무엇보다 여태껏 처럼 이 아름다운 풍경안에서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것도 좋았다.언니랑 와이탄에서.푸동쪽을 바라보며, 서로의 인생 얘기, 고민들등등 얘기 하면서 처음 만난 사람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친하게 되었다.언니는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가 있는데 지금 너무 늦은거 같아서 다시 시작하기 망설여진다고 했고, 그런 언니에게 나의 이상한 인생은 약간 도움이 된 듯 해서 기뻤다. 아름다운 밤. 마음이 통하는 사람. 그리고 서로 도움을 주기...
....
좋았다. 거기까지는.
얘기를 하던 언니가 갑자기 놀라면서 뒤돌아본다.어떤 이상한 남자가 웃고 있다. 아는 사람인가? 언니,울먹울먹하면서 '미치겠다. 나보고 아프냐네..!'이렇게 말하고선 막 그 사람한테 뭐라고 한다.띠벙해던 난, 그 사람이 옛날 언니 건강이 안 좋았을 때 알던 사람인가.. 했는데, 언니가 작은 목소리로 소리 지르는 대화속에서 .. 그 사람이 변태인걸 알았다. 목소리도 정말 여성스럽고 여리여리한,눈물이 나려고 하는 언니와 그걸 즐기는 듯 한 변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만의 특유의 큰 목소리로 주변사람 다 들리게 '너 방금 무슨짓 했어!' 소리치고 막 욕을 해댔다.(그런데 나중에 들은 얘긴데, 상해에선 먼저 소리지르면 안 됀다던데..) 그 변태, 날 한번 보더니 '내가 뭘?'이러고 가 버린다. 정말 화가 나서 끝까지 싸우려는 나를 말리는 언니,그냥 보내버리고 옆에 있는 계단에 앉아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언니가 울 꺼 같아서 그 변태 표정 따라하면서 막 욕을 하니까 언니가 웃었다.
나 옛날같았으면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울었는데. 나, 많이 컸나봐. 그러면서
나중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까 그 언니 뒤에서 그 미친놈이 들이 댔단다.그리고 아프냐고..-_-
내가 생각했던 你身体怎么样?(너 건강은 어떠니?) 가 아닌 疼吗?(순수한의미;;의 아 퍼?) 정말 언니, 얼마나 놀랬을까.거기서 계속 그 변태 욕을 해 대면서, 그리고 외국인들한테 불리한 중국 법에대해서까지 욕을 하면서, 다시 아까처럼 웃을 수 있게 돼었을 때, 불이 다 꺼지고 (상해 와이탄은 11신가12시에 불이 다 꺼진다.) 숙소로 돌아왔다.하하,, 둘다 오늘 안좋은 추억을 만들고 왔네..
그래도, 즐거웠다.
#난징루에서. 서울 명동과 비슷하게 차가 안 다니는 거리에서. 옆에 있는건 전차 같은거..

#와이탄의 예쁜, 불 켜졌을 때 건물들. 낮시간이랑은 다른 매력이 있다.하얀 건물 왼쪽의 시계탑쪽이 제일 예쁨.

#변태만나고 핸드폰 잃어버리고..기념으로 와이탄에서 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