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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된장찌개는 그닥 특별하지 않은, 맛으로 보다는 엄마가 먹으라고 해서 먹는, 그런 음식이었다.

하지만 첫 임신 때 된장 소스에 졸인 시래기를 먹고싶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이제 된장찌개는 우리 가족에겐 추운 겨울 별식 스프가 되어 있다.

한가지 다른점은, 인터넷 레시피를 뒤지다가 나온, 된장찌개 위어 고명으로 얹어먹는 파이다.

엄마가 푹 끓여주신 된장국엔 두부도 고추도 애호박도 모두모두 푹 끓어진 모습으로 다가왔지만 된장찌개가 다 끓고나서 불을 끄고 국그릇에 옮겨담고 나서야 올라가는 생파는, 그렇게 푹 끓여 된장국물에 묻어버린 다른 야채들 사이에서 단연 푸릇푸릇한 향을 자랑한다.

 

생각해 보면, 무릇 된장찌개뿐이 아니라,내 인생의 모든것이 엄마, 아빠의 레세피를 본 바탕으로 나의 인생 경험 고명을 살짝 얹어내어져 있는것 같다. 물론 나의 싱싱한 고명들이 다른 부분보다 강렬한 향을 내뿜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된장찌개같은 튼튼한 기본바탕이 없었더라면 나의 싱싱한 파도 그냥 냄새가 강한 향신료에 지나지 않을것이다.

나의 이 짧은 인생 안에서 내 스스로 만들어낸 경험들도 소중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아무 댓가도 없이 그냥 가르쳐준, 그래서 그 가치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그 굳건한 디딤대의 중요성도 가끔 생각해 봐야겠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무명의 수많은 책 작가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