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말에 4월 마음대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활절 휴가에선 햇볕에 화상을 입을 정도였지만,

어젠 우박이 내리고 일기예보에 의하면 이번주말엔 눈도 올 수 있단다.

 

오늘은 그래서 그런지 찌뿌둥한 날씨에 학교가는길 자전거 위에서 욕쟁이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만들어낸 이미지라는 설도 있지만, 그래도 사계절이 발란스를 잘 맞추며 존재하는 한국의 날씨가 그립다, 생각하다가 임신한것도 아닌데 갑자기 여기가, 여기의 사람들이 미워졌다

 

무엇보다도 생각없이 동양은 우리보다 좀 구려, 이런 뉘앙스를 뱉어내는 인간들,(동양인들은 소화효소 분비 못해서 우유 못마신다며, 술도 못마신다며, 좀 똑똑해 보이는 미친듯이 애들 공부 시켜서 그런거라며, 등등등) 아 그런뜻은 아니었어!

앗 무슨 치즈썩은내가 나네,, 뭐 자연적으로 너네한테 나는 냄새인걸,, 괜찮아. 아, 그런뜻은 아니었어!!!!!

앗 생각을 그것밖에 못하니, 뭐 문명화된 역사가 짧은 너네로선 그정도 생각하는게 그럴수도 있지,, 너네 수저 포크 나이프 사용한지도 별로 안됐잖아.. 아, 그런뜻은 아니었어!!!!!!!!!!!!!!!!!!!!!!!!!!!!!!!!!!!!!!!!!!!!!!!

 

이러다가 갑자기 나에게 따뜻하게 잘 대해줬던 이곳 가족들, 낮선이들이 떠올라졌다.

기분이 암울해서 괜히 그동안 섭섭했던게 커져서 화풀이하는건가,

그러면 그룹 전체를 욕하는 나도 그들과 다를바 없는데.....

 

이렇게 독일은 나에게 그처럼 ambivalent 한 느낌을 주는 그런 존재인가 보다

지난 추억들을 들추어 보다가

마지막 글을 쓴게 무려 2015년 2월달!!


내 머리는 짧아졌고,

내 배는 볼록해졌고,

여행 루트 짜는 재미는 핀터레스트 가드닝과 집 리스트 만드는 재미가 대신해 주고 있고,

아버지는 더이상 계시지 않으시고,

이젠 내 인생은 모노크롬의 : 심심한게 멋인 독일남자와, 그 전과는 많이 달라진 호주에서, 아주 느린 영주권을 기다리며, 더 느린 직업을 구하(는 핑계를 대며), 귀여운 아들과 함께, 정원을 가꾸는 재미로,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내가 처음 이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세상은 많이 바뀌어서,

개인정보, 사생활 문제로 이런 블로그를 쓰는걸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하지만(혹은 이미 올려놓은 많은 정보를 다시 검열해서 삭제, 비공개?)


한 남자와 아이를 낳고 정착 비슷하게 하면서, 그래서 어쩌면 나에겐 아주 적응하기 힘들었던 힘들었던 생활들 속에서, 나를 잃어 간것 같아서, 그리고 아주 진하고 빠른 템포의 전 생활들과 비교가 되면서, 그래도 다시 블로그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지금의 인생도 지나고 보면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


지난 오년, 십년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감히 난 삼십대가 되면 서울에서 일끝나고, 편의점 앞에 잠시 주차해놓고 간식을 사먹는 인생을 살것같다는 어렴풋한 상상을 했었네) 역시 내 인생은 나 만큼이나 놀래켜주는걸 좋아하나 보다.


2017년 9월 5일, 호주는 봄

봄 기분에 앞문 근처에 꽃 화분을 놓아서 그런지 (풍수지리?!)

새로운 소식들이 들어오려는 모양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